고양이

장모종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sunae8527 2020. 6. 7. 14:15

처음 페르시안 고양이라는 장모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때 그 고양이들의 몸값은 상당했다.
오래전 한예슬의 대표작이라 말할 수 있는 환상의 커플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한예슬은 엄청난 부를 지닌 사모님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우아한 모습으로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를 안고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때 대중들이 페르시안 고양이를 많이 알게 되었을 것 같다.
부자님 사모님의 애묘로 한예슬의 우아함과 페르시안 고양이의 도도함이 잘 어울렸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된 계기는 미국하이틴 장르의 영화를 보고 심술궂고 덩치큰 장모 고양이에게 홀딱 반해서 고양이앓이를 하던 중 지인이 마침 누가 고양이를 못 키우겠다고 키울 사람을 알아본다고 하길래 덥썩 받아왔다.


그렇게 냥이와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가 같이 산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고양이의 털 빠짐은 강아지의 털 빠짐을 초월한다.
고양이 털은 가벼워서 공기와 함께 날라다니며 검정 옷들과 면종류, 양말, 수건, 속옷 할것 없이 고양이털과 하나가 된다.

아침에 샤워하고 얼굴을 닦고 나면 얼굴에 묻은 고양이 털을 떼어낸다.

옷을 입기 전에 돌돌이 떼이프로 털을 잔뜩 떼어내고 나가도 털은 여기 저기에 붙어있다.


고양이들은 대부분 야행성이다.
힘들게 간신히 잠 들었는데 우다다다! 하거나 나를 툭툭 치는건 거의 매일 있는 일이다.
이제 나는 대부분 고양이보다 늦게 잔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컴퓨터와 나 사이에 끼여 방해를 하거나 노트북 자판에 앉아버린다.
항상 노트북에 붙은 털도 떼어주어야 하고 어쩌다 수리를 맡겨서 열게 되면 내부에도 털이 묻어있다.


이건 나름 명기라고 불리는 노드리드라고 불리는 건반이다. 자비가 없다.

캣타워와 스크레쳐 장난감을 사줘도 그것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의자와 침대매트리스, 벽지등을 뜯고 건반과 노트북위에 오른다.
노트북에 켜진 카톡도 보내고 한글 문서도 치고 검색도 한다.


고양이는 자주 토한다.
울 냥이는 휴지를 잘 뜯어먹고 샤워하고 나면 얼릉 욕실에 들어가서 비눗물을 할짝 할짝 먹는다.
고양이용 정수기를 사주고 생수를 주지만 그 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 꼭 받아놓은 물만 먹는다.
자주 토하는것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받아왔다.
츄르에 약을 섞어줬는데 안 먹는다고 하면 고양이에게 약 먹일 방도가 없다라고 판단된다.

고양이에게 중성화를 시키는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는 시선들이 있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강한 동물이고 발정기에는 너무 괴로워한다.
발정기때매다 임신을 한다면 고양이도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
울 고양이는 수컷으로 중성화가 안 된 상태로 왔는데 온 집안에 영역표시로 스프레이를 뿌려댔다.
자다가도 맞고 내 다리에다가도 하고 가구에도 하는데 만약 옷에 테러를 당했다고 하면 그 옷은 버려야 한다.
빤다고 그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중성화를 해 주기 전에 고양이는 먹고 자고 나머지 시간은 붕가붕가를 했다.
내가 생각한 도도하고 우아한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성화 이후로는 붕가붕가가 사라지고 심지어 애교가 무한 상승되었다. 호르몬의 힘이란 !!!

하나의 생명을 키우는 건 책임이 뒤따른다.
이제 우리 고양이는 나이가 많아졌고 언젠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널것이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아픈 곳이 없고 팔팔하며 병원에 데리고 가면 5년된 고양이같은 정정함이 있다고 한다.
고양이가 떠나고 난 뒤 상실감이나 슬픔, 병이 났을때의 치료비, 평상시 집사로서의 사명감, 할큄을 당해도 용납할수 있는 너그러움, 털날림쯤은 해탈할 수 있는 정신력..

이런 것들을 충분히 생각하고 반려묘를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