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고양이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2021년 6월 공원마다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호기심에 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어 있다는 20분 거리의 공원을 늦은 밤 찾아갔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치즈 고양이가 화단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생리현상을 해결한 뒤 도도하게 사라졌다.
그 다음은 호수앞에서 마치 나일강을 바라보는 이집트의 고양이 신처럼 근엄하게 앉아있는 검냥이를 발견했다.
거리를 두고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 검은 고양이가 내 인기척을 듣고 재빨리 멀어져버렸다.
여름 밤의 바람을 느끼며 공원을 걷던 중 ...
나를 보고 도망친 검냥이가 공원 한복판에서 몸을 비비고 뒹글면서 혼자 애교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둠속에서 검냥이 주변으로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 숨어 있던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풀 숲에 개구리가 펄쩍 뛰니 고양이들도 함께 뛰고 나무에 발톱을 갈며 풀숲에서 뒹글거리는 모습이 집에 있는 우리집 고양이의 행동과 같았다.
다행히 이 곳은 고양이들에게 안전한 곳인가 보다.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무한힐링을 느끼고 있는데 ...
한 남자가 나타나 짧게 소리내니 6,7마리의 고양이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그 남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 아닌가?
말로만 듣던 길냥이들을 돌보는... 캣 대디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
짧고 굵게 먹이를 주고 풀 숲 사이를 확인하며 다른 고양이들이 더 있는지 살펴본 후 캣 대디는 유유히 사라졌다.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졸졸졸 따라가는 그 장면은 경이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자기를 예뻐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캣 대디가 떠난 자리에 삼색이는 한참을 부비고 또 부비며 아빠의 채취를 느끼는 듯 했다.
삼색이의 마음을 훔쳐간 그 남자 .... 부럽다.
나도 다음에는 '고양이 조공용 음식을 가득 챙겨서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거야' 라는 질투와 묘한 경쟁심리가 생겼났다.
다음에 만난 아이는 '모델'이라고 나만의 이름을 지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 아이는 내 눈을 응시하며 다양한 포즈를 보여주었다.
나는 열정적으로 포즈를 취하는 모델을 촬영하는 사진사처럼 셔터를 눌러댔다.
모델이는 긴 시간 나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공원에는 나 말고도 멀리서 고양이들을 지켜보며 사진이나 영상에 담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냥이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길에서 사는 작은 생명들을 눈으로 이뻐해주었다.
몇일 뒤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곳에 고양이들이 전부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길냥이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고 특히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발정기에 우는 울음소리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이를 위해 캣맘,대디들은 아이들을 중성화 시켜주고 음식물 쓰레기를 뜯지 않도록 음식을 해결해주며 고양이들이 미움받지 않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고양이를 예뻐하는 것을 넘어 많은 생각에 잠긴다.